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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미국 & 한국

퇴사 후 미국회사에 취업하기까지 - 미국현지 편

by 슬기로운언니 2017. 2. 17.

지난해 3월 말일을 기준으로 퇴사 후 같은해 5월에 미국 회사 인터뷰에 합격해 미국행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온지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미국생활 6개월쯤 되니 회사문화, 미국생활 문화, 방식, 언어 등 웬만한 것에는 대부분 적응이 끝났다. 

동시에 미국생활 전반에 대한 장점과 단점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취업에 대해 막연하게 궁금한다. 취업 방법과 현지 생활 등에 대해 주로 궁금해 하는데 전반적인 미국 회사 생활에 대해 소개 후 취업 방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위) 근무하고 있는 미국 회사 전경


대학시절 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언론홍보와 광고 전공을 이수하고 졸업 후 기업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서 만 1년 6개월(3년차) 근무했다. 식품, 유통, 문화 클라이언트의 메인 AE로 일하며 짧지만 배운것도 많았던 직장생활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상사의 모습을 보며 10년 후의 내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야만 했던 직장생활에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지 못해 해외생활을 결심했다. 


처음부터 해외취업을 생각한 건 아니였다. 퇴사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야근과 함께 새벽, 주말출근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심신지 지친 어느날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고 유학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외 취업을 돕는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를 알게되었으며, 마침 그 적절한 시기에 내가 한국에서 했던 직무 오프닝을 미국의 어느 마케팅(홍보, 광고, PR을 통합 진행) 에이전시에서 냈다. 


내 이력이 마음에 들었던 현지 사장님이 이틀만에 인터뷰 일정을 잡으셨고 30분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 일주일 후 합격 결과를 받고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영어 공부 및 현지 생활을 위한 A~Z까지 모든것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위)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


미국에 막상 도착하고보니 처음 3달 동안은 현지 생활에 필요한 집구하기, 핸드폰 개통, 은행 계좌 오픈, 자동차 구하기, 운전면허 취득, 현지 보험사 물색 등을 함께 알아보고 준비하느라 회사 적응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6개월 만에 적응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집이 운좋게 바로 구해졌고(현지에 도착해서 구했다), 둘째.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아시안계라 백인 동료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한 인종차별은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 미국에서 근무하는 내 자리


그러나 미국에 가족 또는 지인이 없었던 나에게 미국생활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어려움이고 도전이었다.


1달의 사이판, 필리핀 어학연수 외에는 해외생활, 자취생활, 영어사용을 전혀 해 본적이 없던 나는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 미국의 통신사에 방문해 핸드폰 개통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미국인들의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식당에서 음식주문하는것도 어려워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대신 주문을 부탁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외국인과 전화 영어공부를했고 토익도 900을 넘었고 학생시절에도 영어 성적을 좋았기에 미국가면 기본적인 대화는 미국인과도 어렵지 않게 할거라는 생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한국에서 공채 합격 후 정식 업무를 인수인게 받을때 나의 팀장님은 보도자료 작성할때마다 빨간펜으로 직접 첨삭까지 해주셨다. 또 내가 고객사나 산업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될 수 있도록 각종 미디어 킷, 3년치 고객사 보도자료, 리포트, 모니터링 보고서 등을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이 알아서 업무에 적응하고 챙겨야 했다.

출근 첫날 점심시간 아무도 점심시간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 쫄쫄 굶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은 12시~1시로 대부분 고정되어있고 팀원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면, 이곳은 각자 알아서 1시간을 쓰면 되는 거였고 각자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외부로 차타고 나가 먹는다.  


이런 사정을 몰랐던 나는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지도 못했으며 당시엔 차도 없어서 밖에서 음식을 사 올 수도 없었다(캘리포니아는 차 없으면 돌아다니기가 힘들고 회사 주변에는 모두 회사 건물 뿐이다)


▲(위)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과 자동차 외관


그리고 여느 광고, 홍보 에이전시가 그렇듯 출근 첫날부터 쏟아지는 영어 메일과 영문 엑셀파일. 그리고 급하니 당장 이 업무를 일주일 안에 끝내 달라는 사장님의 업무 요청. 그리고 매주 전체 미팅에서 PPT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을 해달라는 사장님의 나에 대한 평가가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적응해서 사장님이 그만큼 업무 요청을 하더라도 얼마든지 'Sure'을 외치며 금방 해내겠지만, 미국에 와서 처음 1달은 회사 밖, 퇴근 후 내 방에서 혼자 울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내 방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 취업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돈'만 있으면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나 유학업체 등을 통해 어느 국가든 가서 일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종류, 복지, 처우, 업무의 종류 등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또 이런 에이전시에서 비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비용은 대략 500만원 선이다.


*업체 종류, 비자 정보는 개인이 자신의 경력, 전공, 영어 실력 수준 등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업체들 조사 후 방문 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받지 않습니다.


나의 경우에는 퇴직금으로 손쉽게 모든 비자문제를 해결했지만, 혹시 비용 부담이 된다면 업체를 통하지 않고 월드잡, 코트라 등의 웹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해외 취업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의 경우 해외에서 외국인들이 일을 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비자 종류는 'J1, H1-B, F1' 이 3가지이다.

다음은 비자 특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J1

- 종류가 intern, Trainee 2가지이다.

- Intern: 주로 대학교 졸업반 학생이 국내에서 인턴기회를 잡기 힘들어 해외에서 기업 업무를 체험하고 싶은 경우 사용

-Trainee: 만 1년이상의 해당 필드 경력이 필요. 포지션이나 연봉은 각자의 능력에 맞게 현지 기업과 협상해 근무 가능 

- 2개 모두 기업의 스폰(재정지원, 서류지원) 필요

- intern, trainee의 체류기간은 상이

- 최근 트럼프 정부 들어서면서 할당 비율을 축소할 예정


H1-B

- 전문직 취업비자

- 로또 추첨방식으로 비자를 부여하며 변호사, 비자 대행 업체 등 중간 인력과 비용이 대략 $4000~$5000 필요

- 미국 현지 석사학위, IT 종사자라면 당첨 확률이 조금 더 높음

- 기업의 스폰(재정지원, 서류지원) 필요 

- 최근 트럼프 정부 들어서면서 할당 비율을 축소할 예정


F1

-유학비자

- 현지 어학원에 가짜로 유학자 인것처럼 등록 후 기업과의 개인 거래를 통해 일을하는 경우

- 최근에 트럼프 정부 들어서면서 현지 유학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브로커 구속


하지만,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영어실력이다. 경력자라면 영어는 물론 본인의 커리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력서, 인터뷰 시 잘 어필해야 현지에 가서도 그나마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영어가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해외 취업을 알선해주는 에이전시에서 연결해 주는 곳은 미국에 있는 한인 기업이다. 미국 한인기업은 한국기업과 똑같은 기업 문화를 갖고있다. 즉, 안좋은 회식, 야근 등등의 문화를 그대로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추천하지 않지만 에이전시에서는 지원자의 영어 실력과 무경력인 것을 이유삼아 95% 한국인들이 있는 기업에 보낸다. 


하지만 카이스트 졸업 후 IT업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지원자의 경우엔 영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고연봉으로 현지 기업에 취업되어 가는걸 보았다. 이정도 아니라면 단지 한국에서 필드 경험없이 도피처로 해외 취업을 생각한다면 값싼 노동인력으로 한인기업에서 일하게 된다. (단, 대학교 재학생으로 처음으로 기업 업무 경험을 하고싶은 친구들에게는 추천한다)


▲(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집 안 부엌


다시 요약하자면, 경력자는 본인의 이력을 이력서, 인터뷰로 잘 녹아내야하며 본인이 미국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해외취업하는 것을 추천. 또 대학교 재학생으로 인턴경험을 처음으로 해보고싶은 친구들에게 추천. 


하지만, 단지 도피처나 한국에서 취업이 되지 않아 아무런 경력도 없이 무조건 해외취업을 하는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학사, 석사 졸업했지만 현장 경험 없는 미국인은 무조건 무급 인턴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인 한국의 청년에게 미국이 호락호락하게 좋은 대우를 해주며 고용할까?


 ▲(위)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동네 비치


지금까지 현지 생활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것 같지만 그동안 나는 많은 주변인들과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해외취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것 같아 씁쓸함을 느껴왔고, 실제 미국 직장생활과 전반적인 적응생활이 어떤지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서 배우는게 많은게 사실이다. 우선, 다양한 인종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운게 가장 큰 보람이다. 모두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데 서로 '어떻게 하면 나의 의사를 동료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만큼은 일을 하는 매 순간 각자가 고민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앞으로는 바쁘고 힘들더라도 이곳에서 내가 배우고 보고 느낀 점에 대해 계속해서 기록할 생각이다. 뿐만아니라 내가 만든 업계 자료나 포트폴리오 등을 소개하고 나와 같은 분야에 있는 광고, PR 업계 사람들과 댓글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발전 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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