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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미국 & 한국

퇴사 후 미국 회사에 취업하기까지

by 슬기로운언니 2016. 6. 21.


2년차 사원의 퇴직, 그리고 미국 취업





2016년 3월 30일, 

짧으면 짧고 버티기엔 길었던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1달하고 2주 뒤

미국 켈리포니아의 마케팅 PR 에이전시로부터 채용오퍼를 받았다.


▲(위) 내가 일하던 책상. 언제나 달콤한 초콜릿과 끼니 거를때를 대비해 다양한 간식이 구비되어있다.


사실 올해들어서면서 나의 부족함으로인해 

밖에서 업계 관련한 지식과 경험을 더 쌓고 싶다는 생각을했다.

PR AE로서 업무를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한계와 현재 업계가 처한 한계를 알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내가 알게된 나의 장점은 일을 빨리배우고 한 번 배우고 다음에 같은 일을 진행했을때는

처음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 방법을 모르거나 샘플이 없으면 업무 진행속도가 더디고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업계의 한계는 PR컨설팅 회사로서 클라이언트사의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어야하는데

깊이있는 기획과 전략은 없고 단기 결과만을 위한 단발성 언론노출, 온라인 바이럴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홍보회사는 '파트너'가 아닌 고객사, 미디어 매체의 '을', '병'으로 전락하고 있다. 



▲(위) 퇴사한 날, 짐 정리를 모두 마치고 회사 비품을 정리해 놓고 나왔다.


이미 언론홍보, 온라인홍보 대행사는 일감부족으로 인해 가격 경쟁구도가 되었으며

이런 생태계를 눈치챈 인하우스 홍보담당자들은 값싼 인건비로 

더 많은 결과를 내기 위해 홍보회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또한, 홍보회사에서 진행하는 언론홍보, 광고기사, 온라인홍보 등의 방식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

홍보대행사에서 진행하는 업무스콥들이 평가절하되기 시작했다.


이런 업계의 위기 속에서 PR전문가로서 고객사의 '을'이 아닌 '파트너'가 되기 위해

미국 마케팅 PR에이전시에서 일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싶었다.


정말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꿈도 못꿨을 도전이 아닌가 싶다.



▲(위) PR AE로서 업무 미팅을 진행하며 만났던 업계 실무자와 언론사 기자 명함들


퇴사한지 벌써 3달이 다 되어가는데 

사무실에서 가져온 짐을 하나도 풀지 않았다.


그런데 엊그제 필기구가 필요해 짐가방 3개 중 1개를 뒤적거리다가 명함집을 열어보았다.


매주 2~3건의 고객사 또는 미디어 미팅이있었다.

모두 각기 다른 업무스타일과 성격을 지녔는데 나는 오히려 사무실 안에만 있는것 보다

사람들만나면서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는 게 더 즐거웠던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운것도, 고마운것도 많았다.


배포한 보도자료가 온라인 기사로 잘 나오지 않아서 차창, 부장급 기자님께 부탁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왜? 기사가 안나왔어? 어디보자... 자료 잘 썼는데 왜 기사로 안나오지?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봐"라며 우리 고객사 관련 좋은 기사도 써주시고했었다.


또 회사를 그만둔다니까 "잘되길 바랄게 슬기씨, 좋은일 생기면 연락해줘"라며 응원해주신 기자님과 고객사 담당자님.


회사다니면서 항상 힘들고 안좋았던 일만 있었던건 아니다.

아마 이런맛에 힘들어도 버티며 배웠겠지 싶다.



▲(위) 인턴으로 처음 업계에 대해 배울때 내 책상.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부 언론홍보를 전공했으나 실무에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론과 실무의 괴리감만을 뼈저리게 느끼며 인턴생활을 했다. 

매일같이 팀장님께 혼나고 화장실에서 혼자 울는걸 3개월했더니 어느덧 정직원이 되어있었다.



이상하게도 유독 나는 팀원들도, 자리도 자주 바뀌었었다.

다른 공채 동기나 팀들을 보면 안정적으로 팀 내에서 일을 하는데

나는 퇴사 전까지 총 3명의 팀장님 밑에서 8번의 자리를 옮기며 일을했었다.


원래 일이 힘들기로 유명한 업계인데

적응할만하면 팀원들과 팀장님이 바뀌어 항상 새롭게 나를 적응시켜야만했다.


그래도 3명의 팀장님들 모두 나를 무척 예뻐라하셨는데

그 이유가 '성실함'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9시 출근할때 8시에 출근했고

야근, 주말근무, 밤샘근무 모두 열심히 했다.


내 밑에 인턴이 6개월씩 5명이나 왔다 갔었는데

사실 한국에서 인턴이 정직원되거나 상사에게 예쁨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팀원보다 10분 일찍 움직이고 인사/대답 잘하고 

팀원들이 바빠서 하지 못한 자잘한 일들을 스스로 나서서 하면된다.

그러면 일 좀 못해도 상사가 너그럽게 봐준다. 



내가 퇴사한다고하니 직전 팀의 팀장님이 

"이제 업무 좀 익히고 편해지려고 하니 나간다"

이사님은 "고생만하다 가서 어쩌냐"라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내가 퇴사 후 분명하게 하고싶은 일이 있었고

후회없이 회사생활 했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정리하고 나왔다.



사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내가 망설였던 것은

'혹시 퇴사하고 내가 이 결정을 후회하면 어떡하지'

'그동안 내가 쌓아온 고객사와 미디어와의 관계 등을 모두 포기하고 떠날 수 있을까'였다.


이런 고민을 수백 수천번하는 동안 

회사에 대한 미련을 없애기 위해 더욱 회사와 고객사를 위해 노력했던것 같다.


고객사 3개를 담당하면서 사내 기업문화 TFT로 행사 기획, MC를 했고

저녁 7~8시까지 담당 고객사를 위한 업무 진행 후

팀의 새로운 살림을 위해 제안서를 밤늦게까지, 주말 없이 쓰기도 했다. 



미국에서 9월 1일부터 일하게 된 회사는 이전 회사와 같은 업계로 

이전에 내가 진행했던 업무스콥과 모두 동일하다


회사 규모는 이전회사보다 작지만

일본, 중국, 대만 등 다양한 아시아 동료들과 영어로 일하며

해외 클라이언트사와 국내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광고, 홍보, 마케팅을 IMC 형태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외국에서 유학을 한 것도

미국이나, 유럽에는 다녀온 적도 없지만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는 것만 굳게 믿으며


일단 무조건 미국으로 나를 던져봐야지.




안녕, 나의 첫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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