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업] (해외)홍보PR

[홍보 이야기] 지방선거 후보자 가족이 들려주는 선거홍보 뒷 이야기

by 슬기로운언니 2018. 5. 26.

다가오는 6월, 지방 기초단체장 및 의원을 뽑는 선거가 열린다. 나의 어머니도 기초 의원으로 출마하게 되어 나는 홍보전문가로서 딸로서 어머니의 선거 홍보를 돕고있다. 


사실 내가 어머니를 돕는 진짜 이유는 내가 만든 광고, 홍보물이 잘 팔리는지 안팔리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즉,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냥 땅바닥에 버려지는지, 대충 살펴보고 주머니에 집어 넣는지, 꼼꼼하게 서서 읽히는지 등을 직접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추적모니터링을 넘어 어느새 나는 내가 만든 홍보물로 거리 홍보를 주도적으로 하고있다. 오늘은 지난 3주의 거리 홍보 활동을 통해 동네 주민과 만나 보고, 듣고, 느낀점을 소개해 볼까 한다.




"어머니, 오늘 잔치는 식권없이 식사하시면 됩니다"


최근 어버이날을 맞아 동네 곳곳에서 중장년층 이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식사를 할 수 있는 잔치가 열렸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많은 동네 행사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였다. 선거철을 맞아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 위해 딸인 나도 어머니와 함께 잔치 행사장 앞에서 어머니 선거 홍보물을 행사 참석하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나눠드렸다. 


이 과정에서 행사 장소를 찾지 못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직접 길안내를 해드리고 엘리베이터까지 태워드리기도 했다. 


행사 시작 직전까지 나는 후보자의 홍보요원, 행사장 안내원 역할까지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한참 바쁘게 움직이던 중 뒤들 돌아보니 어머니와 내 등 뒤로 기다린 줄이 생겼다. 


"나도줘", "난 왜 안줘"


아니나 다를까, 행사에 참석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앞다투어 어머니의 홍보 명함을 달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열심히 도와드렸더니 명함을 받고 어머니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려는건가?'하며 신이나서 명함을 차례차례 드렸다.


"아, 빨리 식권 줘야 가서 밥 먹지!"

 


"오늘도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웃 주민에게 직접 어머니 선거 홍보용 명함을 주고 다닌지 어느덧 3주가 되었다. 회사생활만 하다가 거리에서 무작정 나가 낯선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홍보물을 나눠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직도 익숙치 않다. 


특히 나의 어머니와 정치 성향이 다른 동네 주민을 만나기라도 한 날에는 상대방의 폭언에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다. '엄마 일인데 내가 이렇게까지 싫은 소리 들으면서 해야하나'하고 생각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이내 어머니 혼자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 내 일은 모두 제쳐두고 거리로 또 나간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동네 주민의 70%는 홍보물을 거부감없이 받는다는 사실이다. 거리에서 두 번이상 나와 만난 주민들은 이제 "열심히 하라. 응원한다"며 어머니가 아닌 나를 응원해 주는 경우도 있다. 또 길가다가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며 "OOO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열렬한 어머니 팬도 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지역주민 중 10%는 우리동네에서 나와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초, 중, 고 동창이거나 동창의 부모님이다. 이들 또한 거리 홍보하며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이자 어머니의 큰 지지자이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 학원, 집 근처에서 자주 만나던 친구, 아줌마, 아저씨였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는 동네 밖에서 주로 생활 하다보니 교류가 소원해졌다. 그런데 길에서 "저희 엄마입니다"하면서 홍보물을 드리면 "슬기 아니니?"라고 먼저 반가워 해주시니 세상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여기서 내가 할테니까 너는 저쪽 가서 해라"


길거리 홍보를 하러 다니다 보면 후보자들 간 신경전과 자리싸움이 빈번하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여서 그동안 몰랐지만 이번에 어머니 일을 제대로 도와주겠노라 결심하고 잠시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이런 상황을 비일비재하게 맞닥뜨리는 중이다.  


보통 3선, 4선 등 당선 횟수가 많은 의원, 단체장 일수록 텃세가 심하다. 때문에 초선 의원 또는 신입 정치인은 당선 후 4년은 제대로 당 안에서나 의회 안에서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차기 어렵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민원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많다. 


또 선거 홍보 기간에도 정치경력이 없는 신예 후보자들로부터 대우받고 떠받들어 지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무튼, 나는 이런 텃세를 다른 후보자들과 거리 홍보를 하면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직장생활로 치자면 연차가 그리 높지 않다. 하루는 어머니와 길에서 홍보를 하던 중 재선 의원의 부인이라는 분이 오셔서 어머니의 정치경력 및 연차를 언급하며 본인이 홍보를 해야하니 나보고 자리를 비켜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꼼꼼하게 정치인을 감시하는 유권자


길에서 만나는 동네주민 중 10%가 나의 지인이라면 10%는 지역 정치에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들이다. 홍보 담당자로서 기자들을 대응해야 하는데, 거리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똑똑한 유권자들을 만나 우연히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갖다보면 유권자 또한 기자들 못지 않게 지역정치, 정당 정치 관련 이슈에 열정적이다.


그들의 주로 어떤 방식으로 당 내에서 후보 공천자격을 얻게되었는지, 해당 후보가 지역을 위해 어떤일을 해왔는지, 초선인지 재선인지, 어떤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 했었는지, OOO 지역에 OOO 이슈가 있는데 이에 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본인이 투표해주면 어떤 전략을 갖고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 할 수 있을지 등 지역정치, 정당 정치 관련 질문을 묻는다.


사실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똑똑한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의 어머니도 거리 홍보 초반에는 이러한 유권자들로 인해 몇 번 당황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권자들로부터 지역 민심과 지역주민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현안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어머니의 선거 공약에 반영하기도 했다. 


또다른 유권자는 "선거철에 이런 명함이나 돌리면 뭐하냐. 지난 4년 동안 뽑아준 지역 주민을 위해 뭘 했는지를 말해줘야 이번에도 뽑든지 말든지 할거 아니냐"라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이런 질타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 나와 어머니는 선거공보물에 지난 4년 의정활동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냈는지 2 페이지 가량의 보고서를 삽입했다.


길거리 홍보를 다니며 깨달은 세 가지는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피할 것이 아니라 더 깊숙히 파고들어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 그리고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는 잘 받아줘야겠다"는 것이다. 



정치란 하루에도 수 십번 절망과 희망 속을 오가는 것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인 나에게 정치 세계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때로는 겉으로 사람들이 보는것 처럼 정치인들이 한심하고 혐오스러워 보이기까지하다. 


그러나 조금 더 깊숙히, 더 넓게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보이지 않는 좋은 정치인을 만날 수 있다. 예를들면, 나와 반대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정치인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실제로 지역주민을 위해 그들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좋은 정치인을 원한다면 우리부터 정치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동네에서 꼭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문제는 지방기초의원, 자치단체장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그들의 사무실에 찾아가면된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정치인들의 선거 홍보용 명함을 그냥 바닥에 버리지 말자. 그 명함에는 정치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이메일주소, 집무실(혹은 선거사무소) 전화번호가 있다. 이곳으로 메일만 보내도 지방기초 의원의 경우 10명이면 9명은 직접 눈으로 메일을 확인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