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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해외)홍보PR

미국 광고, 홍보회사에서 한국인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by 슬기로운언니 2017. 3. 18.


오늘 미주 중앙일보 신문기사에 일본 영화 '너의 이름은', '기쿠지로의 여름'을 번역한 한국인 번역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일본 관객이 웃는 장면에서 한국 관객이 웃지 않는다면 잘된 번역이 아니죠"라며 또 "자막 번역도 글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작가의 꿈을 결국 이룬셈"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깊게 공감했다. 미국의 광고, 홍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인 나는 모든 한국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데 나의 모든 업무는 '번역'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 고객사의 경쟁사인 한국기업의 기사나 마케팅 활동에 대한 보고조차 그 시작은 항상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해 사장님과 동료들에게 자료로 정보를 공유한다. 고객사 업무의 경우엔 고객사에서 최종 영문 광고 카피, 언론 보도자료 등을 승인하면 각국의 담당자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번역하는게 우리 에이전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우리회사는 Multicultural Marketing Agency로 Asian-American을 타겟으로 홍보, 광고, PR 이벤트 등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합적으로 기획, 실행하는 곳이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로 최근 LA, SF, NY을 중심으로 아시안 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확한 의사전달과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우리회사같은 아시안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를 고용해 다양한 광고, PR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 번역일이 나의 전체 업무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내가 번역하려고 미국에 왔나'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때의 난 번역이란 구글번역기나 영어를 조금 한다는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저그런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어 번역가는 이에 대해 "아무리 번역 프로그램이 발달한다 해도, 문학 창작물의 언어문화적 차이까지 감안해 번역하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한다. 내가 비록 문학 창작물은 아니지만 기업과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 혹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미디어와 소비자들이 오해없이 보다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채널별로 '맞춤 번역'을 나는 하고 있다.


이런 번역은 구글번역기로는 불가능하며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업계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에 대한 이해, 마케팅 수단(TV, 신문 광고, 언론 홍보, 온라인 광고, PR 이벤트 등)에 대한 각각의 특징, 목적, 접근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오늘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할 내용은 해외진출을 하려는 기업 또는 브랜드에게 타겟에 맞는 번역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번역의 본질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미국에 처음 왔더니 한인 미디어에 영어 직역투의 광고,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했는데 이를보고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직역투의 언어를 선호하는구나'하고 오해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 한인들도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처럼 똑같이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쓰더라. 결론은 광고 제작자, 기자 모두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영문 광고, 보도자료를 받아 단순 직역만 한 경우에 해당됐다. 


이런 직역투의 문장은 한국인들이 봤을때에 어색하고 본래의 영어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회사가 고용한 서울대출신의 10년이상 광고카피 번역 경력을 갖고있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의 예를 들면, 영어 온라인 배너 광고에 쓰이는 단어 'Explore Now'를 '탐험하기'라고 단순직역해 나에게 파일을 보내왔다. 


이때 영어로된 미국 광고의 'Explore Now'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세히 보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온라인 광고에서 제품에 대한 상세정보를 얻기 위해 탐험하기 대신 자세히 보기 버튼을 클릭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자동차 TV광고 스크립트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문 번역가가 'Options Shown'을 '옵션 장착'이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원래 영어 문장이 말하는 원래 뜻은 '선택사양이 적용된 모델'로 번역가가 번역한 문장은 소비자가 한 눈에 보고 의미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위) 직접 번역해 on-air 되었던 미국내 한국어 TV 광고


 잘 된 번역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준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가 광고, 홍보업계에서 어떻게 브랜드 가치 상승의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지는 기업 혹은 브랜드가 얻게되는 가치와 함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첫째. 소비자에게 전문적(professional), 매력적(attractive) 이미지를 어필


앞서 말했듯 미극에는 글로벌기업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직역으로인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어는 영어보다 표현방법이 다양하다. 즉 1가지 영어단어도 한국어로는 5개, 10개까지 표현할 수 있다. 때문에 번역자가 어떤 단어를 골라쓸지가 중요한데 이때 고객사의 브랜드 컨셉, 번역 가이드라인은 물론 매체의 특징, 표준어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위 이미지의 빨간 상자안의 내용을 보면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Mazda3의 코도 '소울 오브 모션' 디자인은 균형과 에너지 그리고 워의 에센스를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라고 번역되었다. '파워의 에센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문장이 우선 한국인이 봤을때 어색한 표현을 대기업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쓰려고 하니 무언가 아쉬웠다. 


  

그래서 이를 "먹이를 쫓는 포식동물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Mazda3의 코도 '소울 오브 모션' 디자인은 균형과 에너지, 힘의 본질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라고 바꿔보았다. 같은 영어문장인데 어떤 표현을 쓰냐에 따라 기업 또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둘째. 미국내 한국인 소비자를 배려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친절한 이미지 각인


미국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18세~25세) 한인들은 영어를 구사하는데 능숙하기 때문에 제품 구입을 위해 한인 미디어나 한인 샵을 방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26세 이상의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의 경우이다. 이들은 아직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기 때문에 한인 미디어를 이용하며 특히 자동차와 같이 고관여 제품의 경우 사양, 보험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한인 샵이나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하고싶어한다.


하지만 미국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판매를 위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Korean-American은 주요 타겟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인을 위한 언어서비스도 맞춤 서비스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어 웹페이지, 광고 등을 따로 만드는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다양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인들은 우리인종에게 더 유리한, 더 많은 편의성과 혜택을 제공해주는 브랜드 제품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지 번역가(홍보, 광고 전문가가 아님)의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궁금증만 증폭시키는 경우가 있다.



위의 첫번째 이미지를 보면 "조기 도래일자 적용)"이라고 적혀있다. 무슨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가?

두번째 이미지에는 "안전하고 주의를 집중한 운전 방식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이 또한 나는 한번에 이해 하지 못했다.


첫번째 문장의 원래 영어 문장은 "Whichever comes first. See dealer for details"

두번째 문장의 원래 영어 문장은 "It is not a substitute for safe and attentive driving."


영어문장을 보면 위의 해석에 큰 무리가 있는것같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판 웹사이트에는 영어문장이 없다. 그러므로 최대한 본래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한국어에 담아 번역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수정해보았다.




첫번째 문장은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으니 품질보증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딜러에게 문의해주세요"

두번째 문장은 "안전과 더욱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운전을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조금 더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브랜드가 알리고자 하는 제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소비자 알권리에 해당하며 미국에서 글로벌기업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제대로 된 번역'이다.


https://ko.mazdausa.com/vehicles/mazda3-sedan

https://ko.mazdausa.com/vehicles/cx-9



셋째.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미디어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브랜드 노출 증대


나는 미국에서 한국어판 광고, 웹사이트 제작 외에도 PR release를 위한 보도자료 번역도 담당하고 있다. 미국보도자료와 한국 보도자료의 차이점은 미국은 fact를 기반으로 알리고자하는 기업내용이나 제품을 줄글형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은 기자가 작성한 기사처럼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기획, pitching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미국 보도자료는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그대로 나열하면 되지만 한인미디어를 위한 보도자료는 사실에 근거해 미국보다 작성자의 가공, 편집이 가미되는게 특징이다. 


이런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면 한인 미디어를 상대로 노출증대를 노리는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기자들도 사람이기에 영문 보도자료를 번역해서 기사까지 쓰려면 번거롭다고 느낀다. PR 담당자가 필요한때가 바로 이때인데 다른브랜드보다 노출이 잘 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 기업 홍보 담당자가 하지 않는 맞춤 번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 실제 미국 미디어에 배포되었던 영문 보도자료


 

(위) 실제 미국내 한인 미디어에 배포되었던 한국어 보도자료



같은 부분을 영어, 한국어로 비교해서 보면 영문보도자료와 한국 보도자료가 어떻게 다른지 일반사람들도 구분이 가능할거라 생각한다. 또 나는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했지만 단순히 직역을 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에 맞춰 글을 새로 쓰는 수준으로 작업했다.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770303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61116/1023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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