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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독립, 홀로서기, 가족

맞벌이 부부의 결혼 생활기 - 가사일 편

by 슬기로운언니 2020. 3. 27.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결혼은 왜 해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결혼식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했으니 나도 '당연히', '언젠가는', '꼭'하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결혼과 육아였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결정하고 결혼을 하고 난 직후에도 결혼이 나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했다. 

 

내 주변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다. 연애도 그다지 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건 적건 이사님, 사원 직급에 관계 없이 요즘 직장인들은 결혼이나 연애에 목숨 걸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 후 배우자, 배우자 부모님 험담을 하거나 육아로 힘들어하는 지인, 동료를 불쌍하게 보며 자신들은 결혼하지 말아햐 한다고 다짐까지 하는 경우도 봤다.

 

이런 직장 동료들을 보면 (내가 좋다고 해서) 결혼을 그들에게 적극 권장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이나 가족 욕을 쏟아냄으로써 결혼생활에 대한 동료들의 좋지 않은 선입견을 만들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연하게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불안감이나 좋지 않지않은 편견(?)은 갖지 않도록 지금까지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겪게 되는 나와 내 배우자의 솔직한 감정, 부부가 맞닿뜨린 어려움 극복 과정 등을 이곳에 기록해 보기로 했다.

 

 

'나'도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결혼

결혼하기 전(불과 4개월 전), 나는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오히려 결혼생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었다(지금까지도). 친동생이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이다 보니 이혼, 재산분할, 양육권 등 여러 가사 문제로 가족 간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들을 원하건 원치 않건 자주 접하게 된 이유도 있다. 

예를 들면, 동생으로부터 "적지 않은 맞벌이 부부가 가사 분담, 육아 분담 문제를 놓고 이혼한다"라는 이야기를 자신이 담당했던 다양한 의뢰인의 케이스를 근거로 듣고나면 자연스레 나도 맞벌이 부부로서 부부간 충돌이 있을 수 있고 당사자간 역할분담이나 서로 간 이해와 양보가 없으면 결국 '나'도 이혼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결혼해보니 맞벌이 부부는 '내가 안하면 다른 사람(아내 혹은 남편)이 하겠지'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기 시작하면 신혼의 달콤한 관계도 어느 순간 쉽게 무너져버린다.

 

결국 맞벌이 부부의 가사, 육아는 '내가 좀 더 바쁘게 움직이면 내 아내/남편이 조금 더 편해지겠지'라는 희생정신이 필수다.  

 

하지만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싶어도 잦은 야근, 회사일과 가사, 육아를 동시에 다 하기 어려운 저질체력 문제로 불가피?하게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 나는 '돈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돈을 쓰기' 전략을 쓴다.  

 

결혼하면서 맞벌이 부부의 가사일 혹은 가사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줄여 줄 수 있는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기 등 다양한 가전을 구입했다. 다행히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사분담하는 걸로 싸운 적은 없다. 빨래든 설거지든 빨랫감과 식기류를 기기 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누구든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결혼생활 = 직장생활

사실, 가족 구성원이나 회사 조직원이 집안일이나 회사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퇴근 후 가정에서 쇼파나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면 내 배우자가 내 몫까지 하느라 힘들어진다. 회사에서는 내가 조금 더 많이, 엉덩이 가볍게 움직이지 않으면 내 후배와 동료가 그만큼 고생한다.

 

또한, 가사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최신 가전 또는 각종 육아 아이템을 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피곤한 날에는 사비를 들여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던지 각종 건강기능식품 또는 듀얼 모니터 구입 등 일련의 '투자'를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투자는 내 자신이 편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일 뿐이다.

 

결국엔 '내가 먼저', '내가 조금 더 많이'를 기꺼이 외치지 않는다면 회사, 가정 어디에서든 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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