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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미국 & 한국

한국 귀국 후 경력직 면접 후기

by 슬기로운언니 2018. 4. 23.

올해 1월 미국에서 어머니의 지방선거 출마를 돕기위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후 줄곧 어머니의 일을 도우며 느낀 것은 홍보, 광고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내 직업이 쓸만하다는 자부심이었다. 


어머니의 일을 돕던 중 어느 외국계 회사 경력직 면접을 보았다. 총 3시간의 면접이 진행됐고 이후 몇 가지 면접관의 질문이 머릿속에 남아 고민의 흔적을 후기글로 남긴다.



Q. 미국에서 일할 수도 있었는데 왜 다시 한국에서 일 할 생각을 하신건가요?


한국에서 일하기 싫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딱 두가지 뿐이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일하거나 현재의 직장에서 순응하며 일하거나. 


한국에서의 직장을 그만둘 때만해도 나는 한국에서 더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첫직장에서 느꼈던 좌절과 답답함, 슬픔 등을 안고 국내에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해도 내가 만족할 만한 직장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행을 택했고 운좋게 미국에서 내가 원하던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 


미국 광고회사 사장님은 내가 원하는대로 나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고 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켜봐주었다. 도움은 내가 요청할때마다 조언이든 질문이든 자료요청이나 확인요청 등의 형태로 무엇이든 해주셨다. 동료들은 자신의 일을 한국 관련해 도움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업무를 떠넘기지 않았다. 직위를 떠나 여러 국가 출신의 동료들이 서로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 회사의 공동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노력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와 굳이 한국 회사 채용 면접을 본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 기업문화, 업계의 잘못된 관행 등을 미국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개선해보고 싶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미국에서 유일한 한국인 담당자로 근무하다보니 내가 꽤나 '내 나라를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렇다고 애국자라고 나 스스로를 묘사하고 싶지는 않다. 최근 애국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하고 내가 같은 정치적 취향을 지닌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애국은 배타적인 성격도 강해 내 나라 외에 다른 나라 사람, 타문화 등을 덜 존중하게 될까 우려되어서다. 


그저 같은 일을 한다고 했을때 미국을 위해서 나의 재능을 쓰기보다 나를 이만큼이나 키워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사못같은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Q. 어떤 상사를 원하며 본인은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건가요?   


이 질문을 받고 나는 내가 이제는 막내가 아닌 후배를 둔 선배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서 인턴부터 신입사원으로 근무했고 미국에서도 특별한 직급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나보다 경력이 훨씬 많은 동료, 상사 뿐이었기에 선배로서의 나의 모습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원하는 상사의 유형은 사람마다 제각각 일것이다. 나의 경우 상사가 부하직원을 믿지 못하고 A부터 Z까지 혼자서만 하려고 한다면 내 스스로 성장할 수 없을것 같아 선호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직접 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짚어주는 상사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되고싶은 상사로서의 모습 또한 내가 원하는 상사 모습과 같다.


그런데 시간을두고 고민하다보니 후배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상사의 모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상사의 모습만 생각하다보면 정작 후배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하게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나쁜 선배, 상사, 젊은꼰대가 되어 있을것이다. 가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나쁜 상사의 모습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평소에 이를 행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쁜 상사 유형은 어떤게 있는지 국내 포털사이트에 '나쁜 상사 유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7년 직장인 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상사와 근로의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참고기사: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70306010001916)


<근로의욕을 꺾는 상사의 유형>

1위. 책임회피형

2위. 감정의 기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감정기복형'

3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형'

4위. 소신 없이 회사, 상급자 방침만을 꾸준히 직원에게 전달하는 '깔대기형'

5위. 부하직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무시하는 '의견 묵살형'

6위. 부하직원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성과 스틸형'

7위.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형'

8위. 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쏠린 저울형'

9위. 일을 믿고 맡기지 못하고 1부터 10까지 다 해주려고 하는 '헬리콥터형'



면접 답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제가 직접 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짚어주는 상사를 원한다"고 하자 면접관 중 한 명이 "그럼 슬기씨는 상사에게 컨펌(confirm) 받는거 싫어하겠네요?"라고 되물었다. 이 질문을 받고 나는 면접관이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는지 알게됐다. 아마 상사나 회사가 요구하는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직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나 스스로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 및 개입만 해주는 상사를 원한다는 말에 '상사의 컨펌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사실, 국내 회사 생활에서 "컨펌 부탁 드립니다", "컨펌 해주세요"의 말을 자주 쓴다. 적어도 내가 몸담았던 광고, 홍보업계에서는 그렇다. 대부분 한국식 컨펌 요청은 상급자나 고객사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승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영어 단어 'Confirm'의 뜻은 한국식과 다르다. 회사나 상급자의 수직적인 승인, 허락의 뜻이 아니라 동료와 동료, 동료와 상급자, 회사와 고객사 등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작업물에 실수가 없는지,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Please confirm this attachment and let me know if you have any questions'라고 사용하며,

상급자나 고객사, 회사의 허락이 필요할땐 'confirm'이 아니라 'approv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뜻을 구분한다. 이럴때는 'We have done with this work, please approve this so that we can move forward'라고 사용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면접관이 "슬기씨는 상사에게 컨펌받는거 싫어하시겠네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순간 컨펌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아마 나의 상식으로는 나의 대답이 상사의 컨펌을 싫어하는 직원으로 연결될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것 같다. 면접관이 묻는 컨펌의 뜻은 한국식으로 쓰이는 '상사의 허락, 승인'이었을 확률이 높다.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하는 '시험용 말하기'였기에 결국 이 질문에는 내 나름대로의 '컨펌(Confirm}'에 대한 정의를 내렸고 이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말했다. "컨펌 받는 과정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컨펌은 작업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 동료간, 선후배간 의견을 주고받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절차 중 하나입니다. 다만, 상사의 업무지시를 전달만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것은 지양하는 편입니다"라고.


총평

몇 가지 질문이 더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게 두 가지 밖에 없어 우선 이정도로 정리했다. 면접 본 지 꽤 지났는데 이 날 면접이후 다른 회사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더이상 지원하고 싶지않았다. 그래서 현재 하고있는 가족 일에 집중하기로했다. 


어떤 헤드헌터는 "슬기씨가 찾는 그런회사 한국에 없어요. 그럴꺼면 그냥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일하고 싶은 근무환경으로 연 퇴사율이 30%가 넘지 않고, 야근을 매일 매일 하지 않고, 직장 리뷰 사이트의 점수가 3점 이상이 되어야하며, 사람을 존중해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졸지에 나는 한국물정 모르는 까다로운 구직자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사실 그런 취급을 받는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한국에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한국에는 없는것 같아 안타까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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