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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비즈니스 영어

한국 퇴사 후 미국으로 떠난 직장인의 7개월 차 영어실력

by 슬기로운언니 2017. 3. 24.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온지 어느덧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미국 도착 첫 날 LA의 공항에 걸려있는 성조기를 보며 미국에 왔던걸 실감했고,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왔지만 식당에서 주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내 모습에 절망했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남들과 똑같이 초, 중, 고를 졸업하고 문과대학생이라면 취직을위해 마땅히 갖춰야할 토익과 영어회화 점수를 따기 위해 영어 학원에서 공부했고 900을 겨우 넘겨 취직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다 한다는 6개월 이상의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장기 해외경험은 내 인생에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에 오기전 필리핀 선생님과의 전화영어, 백인과의 비즈니스 영어수업 등을 통해 '나름의 자신감'을 장착하고 호기롭게 '여기서도 나름 잘하니까 미국에서도 외국인들과 얼마든지 일하면서 잘 지낼수 있어'라고 착각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미국 직장생활 7개월차인 나는 여전히 언어장벽 때문에 직장에서 밖에서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 60%도 채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하고 있으며 매일 퇴근 후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나머지 이해를 전혀 못하는 40%는 미국 문화, 함축적 의미와 배경이 포함된 소설책과 일상 업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정치, 경제 관련 이슈의 뉴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하는 과학, 수학 등의 교과목, SAT와 GRE 등 학과 또는 전문시험과 관련된 단어, 문장표현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처음 내가 미국에 왔을때보다 듣기, 문장독해, 글쓰기 실력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많이 향상되었다.



 (위) 퇴근 후 정리해 둔 단어집과 영화를 보면서 공부하는 모습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나는 외우기 하나는 자신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오기전 회사 사장님과 화상인터뷰를 진행 할때 모든 에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외워서 준비했다. 철저하게 질문을 예측한 후 완벽하게 모든 답변을 외웠던 것이다. 사장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 후 인터뷰 기사내용은 모두 숙지하고 중요한 인용구 1~2줄씩은 외웠다. 


또 인터뷰 시 처음 인사를 나눈뒤 어떤 주제로 얼마나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사장님과 대화해야할지 미리 스크립트를 만들어 외워둔 덕에 30분 동안 사장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위)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미국의 회사 전경


하지만 이런 한국식 영어회화 시험용 공부는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밑천을 드러냈다. 출근 첫 한 달은 꼭 해야할 말만 미리 대본 형태로 작성해두었다가 미팅 때 외워둔 대본을 외웠다. 대본에 없는 예상질문이 나올경우엔 간단한 추임새나 동의한다 또는 동의하지 않는다, 좋은생각이다 등만 짧게 언급했다.


하지만 2달, 3달째가 되면서 업무에 투입되어지는 범위 또한 넓어졌다. 팀원들의 의견에 나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할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사장님과 팀원들에게 내가 가진 논리, 전략 등을 장황하게 설득해야하는 경우가 늘었다.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할때마다 여러 국가의 외국인들은 나의 문화적 배경으로는 이해가되지 않는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던졌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설득해야만했고 그때마다 하고싶은 말은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영어단어나 문장이 생각이 나지 않아 "다음 회의때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겠다"라고 말하며 넘기곤 했다. 


어디 그 뿐인가, 항상 나에게 직접적으로 업무 지시하는 외국인 사장님은 내가 사장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답답함을 자주 느끼곤했는데 그때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쉬곤했다. 


사실, 업무지시는 일상생활 대화와 다르게 업무지시자의 의도, 방식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단순히 언어적인 의미 해석만해서는 업무지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업무가 업무지시자의 의도방향과는 다르게 일을 처리하는 부하직원 또는 동료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영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기려니 사장님으로서는 난감했을것이다. 게다가 인터뷰 진행시에는 농담까지하며 완벽하게 답변하던 지원자였는데 막상 미국으로 데리고오니 언어 때문에 답답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여서 배신감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위)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바로보기 프로그램 목록.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시청할 수 있다.


이후 영어회화 실력 향상을 위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하는 것이 바로 리스닝이다. 끊임없이 영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모두 "많이 들으라"고하는데 미드, 팝송도 이런 리스닝 훈련때문에 하는 것이다. 


주입식 영어공부를 한 한국사람들이라면 사실 독해나 이메일작성 등의 글쓰기는 사전, 구글번역기 도움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를 나워야 하는 회화의 경우엔 한국식 영어공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리스닝하기에 확실히 좋은 환경이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영어로 들을 수 있으며 식당, 마트 등 어디를가도 외국인들의 영어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바로보기 키즈(Kid's) 프로그램 목록


이외에도 리스닝을 위해 퇴근 후에도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을 6개월 동안 습관처럼 틀어놓고 들으면서 생활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유료로 영어자막이 있는 영화를 매일같이 시청한다.


영어 공부를 위한 영화 선정도 중요한데 처음부터 정치, 경제, 급속도로 이야기가 진전되는 헐리웃 영화 등은 삼가는게 좋다. 아이 엠 샘과 같이 장애우, 어린아이, 어른의 영어를 모두 적당한 속도로 들을 수 있는게 좋다.


또는 주토피아, 라이온킹 등 패밀리 애니메이션 영화의 경우 재미도 있을뿐 아니라 단어 수준, 대화 속도 등이 적당해 시청하는데 부담이 없다.


이밖에도 회사 점심시간에 틈나는대로 아리랑TV 사이트에 들어가 문화, 예술, 일상 등 다양한 주제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4 Angles 프로그램 또는 뉴스 프로그램 등을 20분 정도 꾸준히 시청하고있다.  


(위) 퇴근 후 시청하는 넷플릭스 영화 장면


영화나 기타 영어 프로그램을 시청할때 내용을 100% 이해 또는 해석할 필요는없다. 다만, 영어 자막과 함께 시청함으로써 내가 놓치는 단어나 문장 표현의 경우 자막을 통해 한 번쯤은 확인하고 넘어가면 도움이 된다. 


또 일상생활 예를들면, 빨래개기, 청소하기 등을 하면서 영화 등을 틀어놓기만해도 좋다. 무심코 반복적을 틀어놓은 영화속 대사들이 무의식적으로 내가 외국인들과 대화할때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위) 실제 근무하고 있는 미국 회사의 내부 모습


앞서 말했듯 나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대학시절 영어는 토익 외에 관심이 없었고 직장생활 할때는 영어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미국까지 와서 마케팅 업무, 일상 생활을하며 나름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조금씩 알았고 그걸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긴다.


미국에 와서 업무를 하는데 가장 스트레스 요인은 '언어'였다. 동료들과 대화하다보면 업무에 대한 열정에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설명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않아 좌절하거나 포기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자발적 포기 외에도 동료들이나 상사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나의 언어 문제로 인해 외국인들과 자주 접촉해야하는 업무에서 제외된 경우도 종종 있다.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매일 영어를 공부했던 경험은 학창시절 시험기간 뿐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와서 영어를 사용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 놓이니 간절하게 영어를 잘하고싶고 처절하게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업무에서 언어문제로 제외되거나 나에게 온 기회를 언어로인해 놓치게 되는일은 적어도 없어야 한다. 또, 외국인 동료와 어울리기 위해 그들의 관심사에 대한 의견 한 두 마디쯤은 해야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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