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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독립, 홀로서기, 가족

퇴사 후 미국 출국 D-1mo

by 슬기로운언니 2016. 7. 19.


퇴사 한 지 4개월이 꼬박 지나고 미국 출국까지 약 1달 정도 남았다. 건강, 공부, 사람들과의 관계 모두 챙기려니 정신이 없었다. 출국 한 달 전에 계획하고 있거나 지금까지 준비했던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지. 


건강 체크


25살 때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었다. 때문에 평생 하루에 한 번씩 약을 통해 호르몬을 투여해야 하는데 6개월마다 진행되는 혈액검사, 초음파검사를 통해 호르몬 투여 정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미국에 가게되면 정기 검진도 장기간 못받게 되니 출국 전 혈액검사, 초음파는 물론, PET, CT까지 대학병원에서 모두 마쳤다. 


그런데, 검사 후 1.3cm의 혹이 생겨 세침검사를 추가로 실시, 오늘에서야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촌오빠로부터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연락을 받았다. 25살때 2년의 취업준비 후 겨우 합격한 회사 건강검진에서 처음 갑상선암을 발견했고 수술과 치료때문에 결국 입사하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지금, 또 한 번 병때문에 포기해야한다는 건 그 어떤 일보다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만, 사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틀은 울고 또 다른 이틀 동안은 무기력하게 잠만 잤다. 그리고 또 결과를 듣기 전 이틀은 '병이 나를 잡아먹지 못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보양식과 건강기능식품, 아침식사 등을 꼭 챙겨먹고 테니스, 헬스 등의 운동과 미국 출국 준비를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수술을 받고 아프다보니 건강이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친구들보다 빨리 깨달았다. 회사에서 야근하면서도 항상 홍삼, 종합비타민, 녹즙 등은 꼭 챙겨먹었다. 또 아무리 바쁘더라도 끼니는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일하면서 병을 얻으면 엄청 서러운데, 중요한 순간에 병에 걸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면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프고 우울하다. 


사실, 대부분의 암과 같은 병에 걸린 환자들은 우울증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고 암과 만나면 치명적인 각종 합병증에 걸려 더 힘들어한다. 실제로 병 자체보다 내 정신을 갉아먹는 나쁜 생각과 자기연민, 걱정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더 아프게 만드는 걸 우리는 쉽게 깨닫지 못한다.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 치료하면 금방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 꾸준한 검사, 운동과 끼니를 거르지 않는 습관은 내가 병과 함께 얻은 유일한 좋은점인것 같다.


미국 가기 전까지 앞으로 치과, 부인과에서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보고 혹시 치료해야 할 게 있다면 미리 치료하고 가야지.


영어 공부 


영어는 정말이지 해도해도 끝이 없는 공부같다. 하면 할수록 '이렇게 한다고 금방 실력이 늘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한국에서의 영어공부 목표는 '외국인과의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것',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이 말 걸면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것'으로 정하고 나니 공부하는게 한결 편해졌다. 


▲(위) 평소 외국인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비즈니스영어 관련 교재


"3개월 공부해서 얼마나 도움 되겠어?"라며 시작했던 영어공부였는데, 지금은 이메일 쓰기, 전화받기, 회의하기 등과 관련된 몇가지 스킬을 익히고 나니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는게 많이 두렵지는 않다. 비즈니스영어는 일반 회화 또는 작문보다 정형화되어 있고 필요한 내용만 압축해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라 상황에 맞는 주요 표현과 큰 틀만 익히면 누구나 금방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위) 마이클과 같이 수업듣는 친구들하고 진행했던 이메일 작성하기 롤플레이


한국에서도 그렇듯, 미국에서도 업무 진행 시 대부분 이메일 또는 전화로 업무를 진행한다. 마이클이 실제로 비즈니스 환경처럼 느껴봐야 한다며 미팅일정 잡기, 자료전달, 협업 제안, 이메일 답변하기, 초대하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메일을 각자 쓰게 한 후 서로 쓴 것을 다른 친구들과 랜덤으로 나눠갖고 해당 메일에 직접 답장을 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기본적인 주요 표현과 상황별 이메일 샘플들을 익힌 후 이렇게 롤플레이 연습을 10번은 했던 것 같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몇 번의 연습만으로도 이메일 작성 실력이 모두 느는게 확실히 보여 선생님인 마이클도 우리도 모두 만족했었다. 


▲(위) 이메일을 작성하면 마이클이 읽어 본 후 직접 피드백을 적어 주었다.


나는 수업만으로는 부족해 따로 '이메일표현사전' 책을 구입해 상황별 이메일 샘플을 보면서 주요 표현을 익혔고 실제로 메일 작성 연습을하면서 공부했던 표현들을 적용해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마이클이 내용 또는 문장 표현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데, 마이클이 칭찬했던 이메일을 보면 대체로 쉬운 문장을 사용해 상황과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으면서 심플하게 작성한 것들이었다. 오히려 어려운 문장을 사용하거나 어법에만 집중한 이메일은 혹평을 받았다. 


▲(위) 에드몬드의 수업에 진행한 전화받고 걸기 롤플레이 시트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작성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환경에서 전화를 받고 거는 연습을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롤플레이로 진행했다. 상대방이 전화를 걸면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메모하는 연습을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미리 준비했는데, 막상 전화하는 상황이 되니 스크립트대로 읽기도 힘들었다. 


오히려 스크립트 옆에 두고하니까 방해되는것 같다며 싱가폴 선생님인 에드몬드가 스크립트를 가져가고 생각나는대로 주요표현을 사용해 연습했다(공부내용은 블로그 study 메뉴에 자세하게 포스팅 완료)


 

최근에는 단어공부를 시작했는데, 매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이 좁은 범위 안에서만 반복되는것 같아 중학교때 공부하던 단어책을 다시 꺼냈다. 문장을 모두 외워 문장 속 단어들을 한 번에 익히는 방식인데, 매일 어제 외운 문장은 다음날 다시 보고 새롭게 외우는걸 반복하고 있다. 이제 한글 번역한 문장을 쭉 써놓고 외운 영어 문장들을 써내려가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가족과 시간 보내기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예를들면, 취업준비와 수술하기 전, 퇴사 후 미국가기 전 등,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이 생겼었다. 그때마다 놓치지 않고 부모님 또는 동생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는 지방에서 공부하는 동생 학교에도 처음 가서 직접 보았고, 아빠에게 운전을 배우며 부모님과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기도 했다. 


학교다닐때와 회사다닐때는 한 번도 부모님과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고 미국가게되면 가족을 보기도 힘들테니 또 다시 찾아온 백수생활이 나에겐 항상 소중하다. 건강과 주변 사람, 가족을 한 번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니까.



내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준비해서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 


▲(위) 미국에 가져가야 할 물품 리스트업 파일작성 모습


이제 출국까지 1달 남으니 조금씩 미국에 가져가야할 짐과 미국에서 구입해야할 물건들을 리스트업하기 시작했다. 학생때는 종이에다가 아무렇게나 목록 적어나가다가 몇일 전에 가방에 막 집어넣었는데, 회사 생활했다고 엑셀부터 열고 각각의 시트에 리스트업하고 예산까지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조금은 사람이 됐구나 싶었다. 


처음 인턴으로 입사했을때만해도 상사가 나를보고 '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하지', '언제 사람만들지' 했다는데, 부디 미국 다녀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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